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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

나방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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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20년 9월) 이사 온 자취방.

이사 직후에는 몰랐다.

나방파리의 천국인지 몰랐다.

 

이사 직후부터 아침에 눈을 뜨고 방을 둘러보면 방과 화장실의 벽면에 나방파리가 붙어있더라.

싱크대 개수구에 음식물이 쌓였나? No

화장실 수채구멍이 막혔나? No

화장실에 고인물이 있나? Yes

 

화장실 수채구멍 아래의 배관이 문제였다.

 

수채구멍 아래에 바로 배관이 있는게 아니라 제멋대로 시공되어 있다.

타일을 붙일 때 배수관에 위에 유가를 설치한게 아니라, 시공자가 작업하기 편한대로 제멋대로 설치한 것이다.

그 결과 유가의 80%정도는 배수관이 있는 공간으로 물이 들어가고, 나머지 20%는 타일 아래의 사모래층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정상적인 화장실 배수구는 아래 그림처럼 유가(배수 구멍) 아래에 바로 수직관이 있어서 물이 고이는 곳이 없어야 한다.

 

정상적인 구조의 배수구멍 - 배수관 모습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현장 상황을 사진 촬영과 더불어 위의 그림을 첨부해서 집주인(임대인)에게 연락했다.

 

집주인(임대인)은 달라졌지만 이번 자취방에서도 똑같은 반응이다.

"전에 살던 사람은 아무말 없던데, 에리니스씨가 이사하고 뭔가 손댄거 아니예요?" 

 

내가 화장실 공사를 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불평해봐야 달라지는건 없고, 어쨌든 불편한건 나이기때문에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했다.


아이디어 1) 주름관 같은걸로 배수관으로 바로 직통하도록 만들자

세면대 아래에 주로 쓰이는 주름관 트랩

 

주름관을 설치 할 수 있을지 자리를 봤다.

불가능한걸로 판단 내렸다.

배수구멍이 너무 커서 맞는 주름관을 구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배수구멍 - 하수관으로 직통할경우 냄새, 나방파리 유입은 여전히 막을 수 없다.

 

 

아이디어 2) 유가 자체를 바꾸자

유가 자체를 교환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불가능했다.

역시나 화장실 바닥면을 들어내야 하는 큰 공사였기 때문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는 집'인데 공사비를 지원해줄리도 없었다.

 

아이디어 3) 냄새 방지 트랩을 쓰자

냄새 방지 트랩을 쓰면 냄새가 올라올 구멍이 막히는 셈이니 나방파리도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거다!

윗 뚜겅은 배수구멍에 맞춰서 잘라쓸 수 있으니 사모래층으로 물이 들어가는것도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바닥 구배(기울기)가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닥 구배(기울기)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장실 바닥 타일을 붙일 때 물이 원활하게 배수되도록 1%정도의 기울기(1미터당 1cm의 높이 차이)를 둔다고 한다.

하지만 자취방 화장실 바닥면은 구배가 완전수평이어서 와이퍼로 내가 물을 배수구로 밀어내지 않으면 배수가 잘 안된다. 심지어 역구배라서 물이 고이는 곳도 있다.

 

이런 상황인곳에 트랩까지 얹어놓으니 트랩 높이만큼 물이 더 고이는 상황이 펼쳐졌다

 

아...! 

 

오피스텔 시설실 반장 아저씨께 자문을 구했다.

"이 건물에 다른 집들은 화장실 배수때문에 연락오는 경우 없었나요?"

"그런 연락은 없었어요. 뭐때문에 그러는건데요?"

"상황이 이러쿵저러쿵...."

 

반장 아저씨가 내 방에 오시더니 예전에 쓰던 방법이라도 알려줄테니 해보겠냐고 하신다.

재활용 분리수거장가서 옥수수 콘 통조림 하나 주워오라신다.

 

이래서 경력직을 선호하는구나! 짬에서 나오는 노련미!

통조림 통으로 뭘하시나 봤더니 비스듬히 세워서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장치를 구현해버리시네!

 

 

이렇게 해서 냄새'는' 일부 해결했다.

화장실 바닥을 깨부수는 공사를 하지 않는 이상 어쩔수 없이 고이게 되는 물과, 사모래층으로 유입되는 물은 막을 수가 없다. 나방파리도 막을 수가 없다.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신기한건 사모래층으로 유입되는 물은 흡수될 곳이 없어서 분명 아랫집으로 떨어져서 누수가 발생해야하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생활을 하면 할수록 떠나고 싶어진다.

전세/월세 매물을 찾는 것도 어렵고, 임대인을 잘 만나는 건 더 어렵고, 서울의 집을 살 돈을 모으는건 더더욱 어렵다.

 

지난번에 살던 집은 벽면체와 창문틀이 뚫려있어서 한겨울에는 복도가 더 따뜻한 수준이었다.

이번 집은 난방은 해결됐는데 화장실, 나방파리가 문제다...

 

임대인들은 나만 이상한 사람이라고 그러고,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자기들이 계약할때는 아무 문제 없었다며 책임지지 않으려고한다.

다음에 집을 구할때는 화장실 배수구멍까지 열어서 확인해봐야하나...

 


 

 

참고자료 출처

나방파리 이미지 : https://chocomii.tistory.com/225

주름관 이미지 : http://prod.danawa.com/info/?pcode=8731304 

트랩 이미지 : https://kikkik234.tistory.com/490

냄새방지 트랩 이미지 : http://itempage3.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B332068603 

사이펀의 원리 이미지 : https://brunch.co.kr/@seanian/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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